제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왜, 죽음을 선택하려 했던걸까?

그때, 죽음과 삶이 서로의 얼굴을 보았을 때 각각은 어떤 느낌이였을까?

죽기 위해서 노력하던 한 사나이가, 새로운 생명을 온몸으로 지켜주던 그 모습, 웃을 수도 없었던 기쁨과 눈물조차 흘리지 말아야 할 슬픔을 함께 느껴졌다.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던 새로운 생명과 죽기 위한 끈덕진 노력이란 두 얼굴을 맞대면 시킨 ‘작가’의 비범함과 삶에 대한 강렬한 질문에 조용히 주먹만 쥐어본다.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전성태

  1. 나는 ‘기억하다’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라는 의미로 수없이 써왔을 것이다. 인간은 기억하는 존재이다.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소설은 기억의 산물이다, 라는 명제를 당위적으로 써왔다. 그 말의 진실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그 말처럼 뼈저리게 다가오는 말도 없었다.

  2. 그 무렵인지 그 뒤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동경이 아이들을 자라게 한다고 생각하였다.

«매일매일 초승달», 윤성희

  1. 인생은 자신이 원할 때 멈춰지지 않는다.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아버지는 계속 잠만 자는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김중혁

  1. “제 생각에 죽는다는 건 그냥 줌아웃되는 걸 거예요. 아득히 멀어지는 거죠. 고통스럽지는 않고, 그저 모든 게 멀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부디 편하게 가시길 바랍니다.”

  2. “모든 사람은 죽을 만해서 죽는 거예요. 저처럼”

«통조림공장», 편헤영

  1. 세상이 깡통처럼 텅 비어 있으면 큰일인데요.

  2. 생각이 탈수되고 몸이 기계의 일부가 되어가는 거죠. 왠지 뿌듯하죠.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3. 여직원은 한번 봉인이 된 통조림은 열어볼 수 없는 세계라는 걸 처음으로 이해한 듯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투명인간», 손홍규

  1. “엄마, 아빠는 엄마 서방이지 제 서방이 아니잖아요.?”

  2.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이처럼 어떤 진동이 늘 교환되는데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포착하기에는 너무 미세해서 알아채지 못하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3.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인류란 매번 존재했으나 매번 멸망했다가 매번 새로 탄생해야 했던 인류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시야가 새하얗게 표백되었다.

  4. 그처럼 나는 날마다 아버지를 잃었다.

«|심사평| 강렬한 서사가 남기는 근원적인 질문들», 신경숙(소설가)

  1. 세상에 나오자마자 붕대에 가긴 채 시멘트 바닥에 버림받은 생명을 막 품에 안은 사람은 방금 목을 매 죽으려고 했던 사람이다. 그는 원치 않는 상황에 욕설을 내뱉지만 또 막 태어난 작은 인간에게 울지 말라고 속삭이기도 한다.

«문학적 자서전 : 자서전은 무슨 얼어죽을…», 박민규

  1. 즉 살아 있는 답도, 견적도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모두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

  2. 살아주셔서 감사하다.

  3. 턱없이 늦은 공부고, 물론 독학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난 인간이기 떄문이며, 아무것도 모르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인간이긷 때문이다.

  4. 글을 쓰면 쓸수록, 또 아무리 글을 써도… 결국 나는 인간일 뿐이라는 ‘고통’이다. 변하지 않는 인간의 고통… 아무리 글을 써도 변하지 않는 세계의 고통.

  5. 결국 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워야만 했다.

  6. 전화를 받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볼일을 만들지 않는다. 화를 내지 않는다. 겸손해진다(시간 외에도 많은 것을 절약해준다). 생깐다(경조사들!). 그래요, 당신이 옳아요 라고 말한다. 양보한다. 손해를 본다(정말 많은 것을 절약해준다.)

  7.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지각이다

Written on January 1,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