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거장으로부터 배우는 좋은 전략 나쁜 전략

서로 부딪치는 목표를 추구하고, 연관성이 없는 사업에 자원을 분할하며, 양립할 수 없는 이해관계를 수용하는 일은 결국 나쁜 전략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조직은 집중화된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 그들은 자원을 통합하고 집중하는 진정한 역량에 대한 필요성을 무시하고 잡다한 목표를 늘어놓는다. 좋은 전략을 세우려면 사소한 이해관계에 따른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전략 수립에 있어서 조직이 하는 일만큼 하지 않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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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나를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 지켜보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마음만 들었다. 가령 아래 글 같은 경우는 섬뜩했다.

나쁜 전략은 단지 좋은 전략의 부재가 아니다. 나쁜 전략은 상황에 대한 오판과 리더십의 실패에서 나온다. 좋은 전략을 세우려면 나쁜 전략을 인식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다음은 나쁜 전략의 네 가지 속성이다. • 미사여구: 실질적인 내용이 없는 전략일수록 쓸데없이 어렵고 추상적인 용어들을 늘어놓아서 고차원적인 사고의 결과물인 듯한 착각을 심어주려고 한다. • 문제 회피: 나쁜 전략은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는다. 문제를 정의하지 않으면 전략을 평가하거나 개선할 수 없다. • 목표와 전략의 혼동: 나쁜 전략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희망사항만 제시한다. • 잘못된 전략적 목표: 나쁜 전략은 중요한 사안을 간과하거나 비현실적 목표를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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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몇가지 궁금증을 해소하는 실마리도 얻을 수 있었다. 아래는 ‘동기’와 ‘긍정적 마인드’에 관한 내용이다.

1914년에 전쟁이 터지자 많은 젊은이들이 기꺼이 군에 입대했다. 그들은 의지와 용기만 있으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적의 방어진지를 향해 무모하게 달려들던 젊은 병사들은 아무 의미없이 목숨을 잃었다. 때로 1마일의 땅을 빼앗기 위해 수만 명이 죽어갔다. 1917년에 영국군의 더글라스 헤이그Douglas Haig 장군은 플랑드르 지방의 파스샹달이라는 마을을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 독일군의 방어선을 뚫고 바다로 이어지는 진로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 참모들은 포격으로 제방이 무너지면 해수면 아래에 위치한 지역이 침수될 것이라고 만류했다. 그래도 그는 독일군의 방어진지를 향해 포격을 감행했다. 결국 제방이 무너지면서 전장은 온통 허리까지 빠지는 진흙탕으로 변했다. 탱크와 말 그리고 부상자들은 속절없이 진흙탕에 파묻히고 말았다. 1년 전에 솜 전투에서 10만 명의 병사를 잃은 헤이그 장군은 작전에 차질이 생길 경우 진격을 멈추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엄청난 인명 손실에도 불구하고 3개월 동안 공격을 밀어붙였다. 최후의 10일 동안 방어진지를 향해 정면으로 돌격한 캐나다군은 작은 언덕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무려 1만 6천 명을 잃었다. 3개월에 걸친 이 전투에서 5마일을 진격하기 위해 7만 명이 전사하고, 25만 명이 부상을 입었다. 처칠은 파스샹달 전투에 대해 “너무나 헛되이 생명과 용기를 낭비했다.”라고 탄식했다. 헤이그는 솜과 파스샹달에서 영국의 한 세대 전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베르됭Verdun 전투에서 독일의 에리히 폰 팔켄하인Erich von Falkenhayn 장군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유럽의 경영학 강의에서는 동기 부여를 중시하지 않는다. 반면 미국에서는 여전히 리더십의 원칙 중 하나로 동기 부여가 강조되고 있다.

긍정적 마음가짐이 성공의 열쇠라는 영적 믿음은 약 150년 전에 뉴잉글랜드에서 형성된 청교도식 개인주의의 돌연변이다. 청교도 혁명은 천주교 교회가 없어도 신성을 영접할 수 있다는 원칙에 토대를 두었다. 1800년대에 랄프 왈도 에머슨의 ‘초절주의transcendentalism’에 영향받은 미국의 신학은 모든 사람이 내면에 신성의 불꽃을 지녔기 때문에 신과의 개별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종교 사상을 수립했다. 이러한 사상으로부터 올바른 생각과 믿음을 가지면 영적인 힘을 끌어들여서 병을 물리칠 수 있다는 메리 베이커 에디Mary Baker Eddy의 ‘크리스천 사이언스Christian Science’가 파생되었다. […] 1890년 무렵 이 종교 사상은 생각의 힘이 물질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으로 변형되었다. ‘신사고 운동New Thought Movement’으로 불리는 이 믿음은 종교적 감성을 세속적 성공술과 결합시켰다. […] 신사고 운동의 놀라운 점은 언제나 새로운 사상인 양 소개된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이미 수차례 반복된 이야기를 새롭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의식적인 암송은 강한 열망을 품으면 마술처럼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통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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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개발자가 되어야겠다. 정말로 서비스를 잘 만드는 그런 좋은 개발자가 되어야겠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코드는 사람을 향한다’였다.

질은 양으로 대체할 수 없다. […] 가령 2톤 트럭을 구하지 못한 건설업자는 1톤 트럭 2대를 확보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스타 요리사가 몸져누우면 아무리 보조 요리사들을 많이 투입해도 공백을 메울 수 없다 […] 또한 100명의 고만고만한 가수도 1명의 최고 가수를 대체하지 못한다. 그리고 형편없는 학교에 아무리 학생을 오래 붙잡아 두어도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AT&T는 트랜지스터와 C 프로그래밍 언어 그리고 유닉스를 개발한 벨 연구소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나 AT&T 내에는 소비자 제품을 개발할 역량이 존재하지 않았다. […] 결국 내가 1984년과 85년에 AT&T와 수립한 전략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이 일은 문화가 뒷받침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좋은 전략도 쓸모가 없다는 교훈을 주었다. 내가 설정한 목표들은 AT&T의 내부 사정을 감안하면 전혀 타당하지 않았다. AT&T가 조직의 몸집을 줄이고 경쟁전략을 뒷받침하는 역량을 갖추려면 적어도 10년이 필요했다.

Written on March 25,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