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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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구성하는 요소에 대해서 건축을 전공한 전문가의 입장에서 견해를 소개한 책이다. 생각치도 못했던 곳에서 굉장한 과학적
방법론이 나와서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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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구조적이고 딱딱할꺼라 생각했던거에 비해서 글쓴이의 작고 소소한 감성 덕분에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교수님이 쓰신 문장이라 생각하기 힘든 요소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거리
를 걸어다닌 느낌이다.
걷고 싶은 거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얼마나 많은 이벤트가 일어나는 거리인가, 어떠한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자연환경이 있는 거리인가, 어떠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거리인가 등이 그 요소들이다. 마지막 요소인 ‘사람’은 나머지 요소들이 구성되는 것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결정 난다. 보통,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요소이지만 나머지 요소들이 갖추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사람이 들지 않기 때문에 사람은 거리를 완성하는 요소이지만 만들기 시작하는 요소는 아니다.
이 같은 구축 기술적, 건축 재료적 제약들이 도시 DNA의 통일성과 조화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선 이후 크레인과 철골 구조의 도움으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쉽게 휴먼 스케일을 넘어선 대형화로 진행 가능해졌다.
지나치게 커져 버린 건축물들 사이에서 인간은 소외되기 시작했고, 빠른 자동차가 이동하는 거리에서 사람들은 옆으로 비켜나게 되고 더 외소해지기 시작했다. 건물이 커질수록 대부분의 일들은 건물 내부에서 해결이 된다. 최근에는 원스톱 쇼핑이라고 해서 한 건물 안에서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수영도 할 수 있는 대형 건물들이 들어선다. 건물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 이상 거리로 나와서 다니지 않았고, 사람들 사이에 소통이 없어지는 도시 공간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기독교에서도 사람이 죽어서 천국에 가는 것을 ‘요단강을 건넌다’라는 표현을 쓴다. 불국사에도 절 앞에 백운교, 청운교가 있다. 성당에 들어갈 때에는 성수를 뿌리고 들어간다. 이처럼 수공간(水空間)은 확연히 다른 공간으로 건너갈 때 쓰는 건축적 장치이다. 자금성을 방문한 사신은 자금성 안의 다리를 건너면서 자신이 성스러운 곳으로 들어간다고 느꼈을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가 말했듯이 ‘은행가 사람이 모이면 예술 이야기를 하고, 예술가들이 모이면 돈 이야기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돈 많은 자본가들이 보니 예술가들이 로프트에서 사는 모습이 아주 멋있어 보였다.
가로로 형성된 길은 스트리트이고 세로로 난 길은 에버뉴(avenue)로 명명되어 있다.
중국의 만리장성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인 건축 문화재이다. 우리는 역사 시간에 이 만리장성이 진시황제가 만들었다고 배웠지만, 실은 지금의 만리장성은 명나라 때 도자기 수출한 돈으로 개축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까지도 진시황제의 만리장성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오랑캐를 막기 위해서 장성을 만든 개념이 진시황제 때 만들어진 것이고 그 개념이 문화재로서의 중요한 가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건축은 오브제(object)의 성격이 강한 도자기나 그림과는 다르다. 건축은 사람이 들어가고 나오는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재료가 교체되고 복원되고 사용되면서 보존되는 것이 옳다. 남대문은 재료가 오래된 나무이기 때문에 문화재가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든 생각이 문화재인 것이고, 그 생각을 기념하기 위해서 결과물인 남대문을 문화재로 지정한 것이다. 따라서 오리지널 남대문이 불타 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오래된 나무가 불에 탔다고 통곡하면서 울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다.
2002년에 노벨상을 받은 MIT의 호비츠 교수(H. Robert Horvitz)에 의하면, 많은 세포들이 자살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일부 세포는 스스로가 일정 시간이 되면 스스로 자살하듯이 소멸되고 새로운 세포로 적극적으로 교체되는 것이 생명체 고유의 특성임을 밝혔다.
하나님의 집이라는 성전조차도 결국에는 인간이 하나님을 경배하기 위한 장소이지, 하나님이 집이 없는 분이라서 지은 것은 아니다. 절이나 다른 종교 건축물들 역시 인간의 행위를 위한 장소를 제공하는 건물이다.
건축가란 자고로 제한적 조건하에서 이런 창조적인 디자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시티콥 센터가 도시 속에서 사회적, 경제적, 법률적, 기술적 종합체라면, 건축물의 용도와 지형과 주변 건물을 적극적으로 잘 이용한 사례는 워싱턴 D.C.에 있는 베트남 기념관이 대표적이다
훌륭한 건축은 대지에 존재하는 에너지를 잘 이용하는 건축이고, 더 훌륭한 건축은 좋지 못한 에너지까지도 좋게 이용할 줄 아는 건축이다. 베트남 기념관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어두운 기억을 최소한의 건축적 장치를 통해서 아름다운 자연과 주변 컨텍스트를 이용하여 기가 막힌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한 기념관 중 최고라 할 수 있다.
같은 브랜드의 의류 매장이라도 백화점에 위치한 매장이 독립된 상점보다 매상이 높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문이 달리지 않은 백화점 매장은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독립된 상점보다 손님이 편하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농업은 자연과 협업하는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얻은 것이 많다고 말해 왔지만 사실 우리는 주변의 질 좋은 공간을 팔아서 물건을 산 것일 뿐이었다.
처음에 아이는 한계도 모르고, 포기도 모르고, 목표도 없이, 그토록 생각 없이 즐거워한다. 그러다가 돌연 교실이라는 경계와 감금과 공포에 맞닥트리고 유혹과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기술력과 경제적 조건, 사회적 요구 등이 합쳐져서 나오는 것이 새로운 건축 양식이다.
국민이 휴대 전화 안의 시계로 1초도 틀리지 않게 싱크로 되어 있으니 온 국민은 더욱 더 정확하게 살아야 하는 시절이 된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자리 배치를 한 사무 공간에서 일하면서 회식 시간에 아랫사람에게 편하게 말해 보라는 말은 안하시는 편이 낫다. 공공의 적, 형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 창의성이 전부는 아니기에 그렇게 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창의적인 사무 공간이 되려면 편하게 빈둥거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가장 빈둥대는 어린이들이 가장 창의적이 않은가?
이 같은 경험으로 미루어 보아, 간판 경관에 대한 판단은 경험하는 사람이 그 간판을 정보로 이해하느냐 아니면 장식으로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인들에게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사인은 정보로 인식되어 정보가 과부하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 홍콩에 가서 한자로 쓰인 간판을 볼 경우엔 그것들은 모르는 글자이기 때문에 정보가 아닌 아르누보20 장식과 같이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어떤 정보들이 우리의 공간을 구성하는가?’였다. 개인적으로 ‘보이드(void), 심벌(symbol), 액티비티(Activity)라는 세 종류의 정보로 만들어진다.’라고 결론 내렸다. 보이드는 물리적인 양이다.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한, 실제 비어 있는 공간의 볼륨이다. 시대와 문화를 떠나서 객관적인 정보이다. 심벌 정보는 간판, 조각품, 그림 같은 상징적인 정보이다. 개인에 따라서 정보 해석의 차이가 있다. 마지막인 액티비티 정보는 사람들의 행동에 의한 정보이다.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무엇인지가 공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종류의 정보가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 따라서 당시의 텍스트만 있는 인터넷 공간은 세 종류의 정보 중에서 심벌 정보만 있는 공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추후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보이드 정보와 액티비티 정보가 추가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싸이월드 미니 홈피의 ‘마이룸’ 같은 것이 보이드 정보가 인터넷 공간에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고, 페이스북은 액티비티 정보로 만들어진 인터넷 공간인 것이다.
그리고 문장은 단어와 문장 구성이라는 두 가지로 완성된다. 어려운 말로 시맨틱(Semantic)과 신택스(Syntax)라고 한다. 시맨틱은 단어 하나하나의 뜻을, 신택스는 우리가 영어 문법 시간에 배운 1형식부터 5형식까지 있는 문장 형식 같은 것을 말한다. 이렇듯 언어의 소통은 문장 구성이라는 그릇에 단어가 담겨져서 전달된다. 마찬가지로 건축 공간은 세 가지 종류의 관계라는 문장 구성에 세 가지 종류의 정보라는 단어가 담겨서 전달되는 것이다. 세 가지 종류의 관계들은 실제적(physical), 시각적(visual), 심리적(psychological) 관계이다. 실제적 관계는 볼 수도 있고 그곳에 갈수도 있는 관계이다.
결국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건축물이 아니라 장소이다. 장소가 만들어지려면 사람이 모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사람이 모일 목적지가 될 만한 가게나 랜드마크 건물이 필요하고, 사람이 정주할 식당이나 카페가 필요한 것이다.
복잡한 진입로의 또 다른 이유는 건축 이론가 건터 니슈케의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니슈케에 의하면 미국처럼 공간이 넓은 곳에서는 시간 거리를 줄이는 쪽으로 건축이 발달하고, 일본같이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시간을 지연시켜서 공간을 심리적으로 커 보이게 한다고 한다. 따라서 미국은 시간 거리를 줄이는 고속도로가 발달했고, 일본은 좁은 공간을 넓게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 진입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님비(NIMBY)현상이라는 말이 있다. 영어로 Not In My Backyard의 줄임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