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하는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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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번역자가 아니라서 번역에 대한 내용보다 ‘메세지’를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프로그래밍 문서 몇장 번역해본게 전부라서 아쉽게도 더 깊은 내용은 경험 할 수 없어서 정말 많이 아쉽다. 번역이란 역할을 조금 더 많이 경험해 봤다면 좀 더 다양한 내용을 공감할 수 있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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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번역, 주관, 메시지, 인코딩/디코딩’ 이라는 몇가지 화두를 고민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1. […] 대학원에서 배운 이론적 지식을 바탕으로 번역 과정에서 부딪히는 몇몇 문제를 구체적인 언어로 설명하는 기술을 습득했기 때문이었다.

  2. […] 문법은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는 항목인 반면 문제는 취향의 문제다. 다시 말해 ‘이렇게 써라/쓰지말라’는 규칙은 문법적인 항목에만 적응할 수 있는 것이지 문체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 […] 단어는 의미는 사전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 어휘는 우리 머릿속에 있는 ‘어휘집’ 안에 패턴화되어 저장되어 있는 의미 단어를 말한다.

  4. 지금까지 보듯이 사전적으로 아무리 정확한 의미를 찾아 옮긴다고 해도 그것은 온전한 번역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번역의 핵심은 메시지다. […] 물론 메시지의 목적은 ‘해석’의 산물이다. 메시지는 번역자가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내는 것이다. […] 번역이 해석의 산물이라는 말은 곧, 번역이 선택의 결과라는 말이기도 하다.

  5. 언어적 기표만으로 정확한 형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는 구글에서 이미지 검색을 하라. 언어를 다루는 사람에게도 ‘백문이불여일견’은 가장 유용한 조언이다.

  6. 어떤 대상을 긍정적으로 느낄 때와 부정적으로 느낄 때 우리는 다른 어휘를 선택한다. 이러한 표현적 의미는 사전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번역자의 해석과 언어 감각에 의존해 선택해야 할 때가 많다.

  7. […] 이해되지 않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질 때, 저자나 원문을 의심하지 말고 내 지식의 한계를 의심하라.

  8. […] 전체와 부분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9. […] 한국어에서는 크기를 한정하는 수식어를 피수식 명사바로 앞에 놓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다. […] 흔히들 한국어의 어순이 자유롭다고 말하지만 이는 착각이다. 모든 언어에는 선호하는 어순이 있으며, 더 자연스러운 어순과 덜 자연스러운 어순이 존재한다.

  10. […] ‘개별 단어’의 의미와 ‘개별 단어의 총합’의 의미와 달라지는 현상을 콜로케이션이라고 한다.

  11. […] 청각적 매체로 인코딩하면 말이 되고, 시각적 매체로 인코딩하면 글이 된다. 청자나 독자는 이렇게 인코딩된 메시지를 받아 디코딩하고 그것을 다시 의미표상으로 만든다. 의미표상이 만들어진 상태를 우리는 ‘이해’라고 말한다.

  12. […] 이처럼 언어가 사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방언”이라고 한다.

  13. […] 간단하게 말해서 영어는 동작을 중시하고 한국어는 상태를 중시한다.

  14. […] 고정된 대상은 명사로 표현하고 움직이는 현상은 동사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15. […] 따라서 모든 번역은 끝없는 ‘선택’의 작업이다. 또한 모든 선택은 근본벅으로 ‘이데올로기’적인 판단을 기반으로 한다. 즉, 번역자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 지식 수준을 반영한다는 뜻이다.

  16. […] 이렇게 문법적 요구에 따라 의무적으로 선택된 항목을 ‘문법 요소’라고 한다. 반면 ‘student’는 화자가 자유롭게 의도적으로 선택한 항목이다. 이런 항목을 ‘어휘 요소’라고 한다.

  17. […] ‘당신’은 독자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될 것이다.

  18. […] 하지만 맞춤법을 정확히 하는 것과 잘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19. […] 모두 주어가 의도한 행위가 아니며 외부의 어떤 힘에 의해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 한국어는 이러한 차이를 반드시 문장에서 표시해야 한다. 이러한 문법 요소를 ‘의도성’이라고 한다.

  20. […] ‘근접성의 원리’란 개념적으로 긴밀한 절은 하나의 문장으로 붙이고 개념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절은 별도의 문장으로 분리하라.

  21. […] 문화마다 선호하는 측정단위는 다를 수 있어도 여러 가지를 혼용해서 쓰는 일은 없다.

  22. […] 즉, 메시지의 흐름에서 벗어난 정보는 괄호나 주석으로 처리해야 한다. […] 주석은 골화보다 훨씬 가독성을 방해한다.

Written on March 28,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