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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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을 위해서 2016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내용의 깊이나, 정확성은 본인도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은 우리는 2016년을 어떻게 살았고, 내가 욕망했던 것들이 어떤 사회적 맥락을 가지는지 마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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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관점과 경험 그리고 칼날같은 분석력이 도움이 된다지만 과연 그런 관점과 경험 시각(예를 들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관한 견해)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스스로의 판단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도서정가제의 시행으로 발행된 지 오래된 서적마저 10%의 낮은 할인율로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책을 사고팔며 중고시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에게는 어쩔 도리 없는 최후의 방안이지만 한편으로 정가 도서의 판매가 줄어드는 역작용 때문에 출판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은 어느 때보다 ‘집’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집을 떠나는 것이 상식이던 휴가를 집에서 보내는 트렌드가 자리 잡을 정도였다. 여행의 즐거움 대신 집 혹은 집 근처 호텔에서의 완전한 휴식을 선택한 ‘스테이케이션족’의 등장이 2016년 ‘집’의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
이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의 2015년 7월 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도 10대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인물 중 유튜브 스타가 8명이 들어갔을 정도로 1인 미디어 스타들은 웬만한 슈퍼스타의 인기를 넘어서고 있다.
일본식 자수를 놓으면서 유래된 패션을 일컫는데, 주로 불량배나 깡패를 상징하는 패션으로 통용됐다. 그런데 이 마이너한 스타일을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 차용한 것이다. 루이비통이 2016년 봄·여름 남성복 컬렉션에서 스카잔 스타일을 선보인 데 이어, 돌체앤가바나·발렌티노·디젤·스텔라 매카트니와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도 스카잔 패션을 런웨이에 올렸다.2 이러한 인기는 스트릿 패션에까지 확산되어, ‘스카잔’에 대한 네이버 키워드 검색 수는 2016년 봄 기준 약 23만여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3
싼티 전략을 선택한 가수도 등장했다. 주인공은 높은 음악성과 지적인 이미지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가수 ‘루시드폴’이다. 루시드폴은 지난 2015년 12월, 자신의 신규 앨범과 직접 가꾼 귤 1kg을 세트로 판매하기 위해 CJ오쇼핑에 등장했다.5 총 40분으로 편성된 프로그램에서 그는 우스꽝스러운 귤 모자를 쓰고 나와 말을 더듬거리며 상품을 소개했다. 싼티와 촌스러움으로 무장한 도전 덕분이었을까? 해당 제품은 9분 만에 완판됐고, 남은 31분 동안 루시드폴은 신곡을 라이브로 들려주며 ‘농산물+음반’ 판매의 컬래버레이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이루어진다고 분석한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은 고가 소비의 목적은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 때문이라고 말했다.14 하지만 타인을 향한 과시의 형태가 재력을 자랑하기보다 취향을 뽐내는 것에 방점이 찍히며, 누구나 알아주는 명품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되었다. 반면에 나만을 위한, 소수만 알아볼 수 있는 희귀한 명품이 새로운 과시의 대상으로 자리바꿈하고 있다.
욜로는 지극히 감각적이고 현재지향적인 소비로 나타난다. “현재를 즐기라”는 의미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 하나의 삶의 태도에 대한 격언이라면, 욜로는 그러한 현재 지향성의 라이프스타일 버전인 셈이다
하나는 분모인 가격을 낮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분자인 성능을 높이는 방법이다. 전자를 저가격화 전략이라고 본다면, 후자는 가치화 혹은 프리미엄화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 물론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치열한 공급과잉의 경쟁시대에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들의 욕망은 저성장기라고 해서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제품을 갖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다. 흔히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더 비싼 제품, 더 좋은 제품을 찾는다고 예단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굳이 비싼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은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경기가 좋든, 그렇지 않든 항상 내재되어 있다. 전쟁 후처럼 사회 전체가 참혹한 어려움 속에 놓여 있을 때조차도 더 나은 물건, 더 좋은 물건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항상 건재했다. 다시 말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탁월하다면 어느 정도의 가격은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샤넬은 왜 비싸죠?”라는 질문에 “샤넬이니까요”라고 대답한다면, 이것은 럭셔리다. 럭셔리가 비싼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를 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럭셔리 제품이 누리는 위상은 마치 상속받은 재산처럼 주로 브랜드가 가진 역사성에 기반을 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4 유럽에서 탄생한 고가의 사치재 브랜드 대부분이 이러한 럭셔리의 범주에 들어간다. 가령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의 시초는 브랜드 설립자로 알려져 있는 ‘티에리 에르메스’가 프랑스 파리의 마들렌 광장에서 마구상을 운영했던 183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성을 강조하다 보니 “전 세계 왕실에 납품했던”이라든지 “귀족들을 중심으로 확산된” 등의 수식어가 브랜드 홍보에 늘 붙어 다닌다. 반면 프리미엄 제품은 전통이 아니라 제품력에 더 초점을 맞춘다. 럭셔리 브랜드에 비해 역사성은 짧지만 아주 사소한 지점이라도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다시 말해서 프리미엄이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수동적으로 주어진 역사성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탁월한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인정과 선택에 따라 적극적으로 획득되는 가치다. 럭셔리 브랜드의 다수가 유럽 중심이라고 한다면, 프리미엄 제품에는 역사는 짧지만 기술력을 앞세우는 미국이나 일본 태생의 신생 브랜드가 다수 포함된다.
B+ 프리미엄은 그동안 견고했던 ‘고급제품 vs 대중제품’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그동안 경쟁의 법칙은 고급 제품은 고급 제품끼리, 중저가 제품은 중저가 제품끼리의 경쟁이었다. 반면 B+ 프리미엄은 대중제품이 고급제품에 도전장을 내밀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시작하여 유럽 주요 도시와 뉴욕 등으로 진출한 시티즌M 호텔이 대표적인 예다. 트렌디 부티크 호텔을 표방하는 시티즌M은 중저가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도 좀 더 프리미엄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15 객실은 고급 매트리스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검소하고 편리하게 꾸몄지만 호텔 로비만은 특급 호텔에 비길 정도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방에서는 휴식만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도 고급 호텔에 왔다는 기분은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의 중저가 호텔을 이용하던 사람들에게는 고급호텔을 이용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최고급 호텔을 이용하던 사람들에게는 시티즌M 호텔에서도 동일한 경험을 발견할 수 있도록 중저가와 최고급 사이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해 B+ 프리미엄을 달성한 좋은 예다. 기업이 가진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라인을 확장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현실적으로 취업이 어려울 뿐 아니라 취업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보니 부모라는 유일한 지원자를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픽미세대의 부모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세대다. 단순히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함께 진로를 고민하고 인생의 플랜을 짜주던 세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는 메이비 세대maybe generation, 즉 결정장애 세대가 탄생하게 된 배경 중 하나로 헬리콥터맘이나 잔디깎기맘처럼 시시콜콜 자녀를 케어해준 극성스러운 엄마의 등장을 꼽은 바 있다.17
픽미세대는 소비시장의 큰 손은 아니지만 분명 소비문화의 중심에 있다. 다시 말해, 쓰는 돈이 많은 건 아니지만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세대라는 뜻이다. 먼저 주거 문화의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내집 마련’이라는 한국인 최대의 숙원 과제를 푸는 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이들을 타깃으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MUJI은 아예 집을 만들어 판다. 미리 재단해둔 재료를 사용해 현장에서 건물을 짓는 프리패브prefab, pre-fabication 방식으로 내부 구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렴하기까지 하다. 픽미세대는 비싼 값을 치르면서까지 오래 머물지도 않을 집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세대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그 다양한 기능에도 구글글래스를 외면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기술에 대한 엔지니어의 기대와 소비자의 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사실 현재 기술 수준을 봤을 때 웨어러블 기기로 생체신호를 받는 것은 비교적 단순한 기술이다. 문제는 그렇게 받은 개인의 데이터를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존 핸콕John Hancock이라는 보험회사는 스마트 밴드 핏빗fitbit과 연계해 새로운 서비스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이 핏빗을 차면 그들의 운동량을 트래킹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가입자가 운동을 열심히 한 것이 확인되면 보험료를 최대 15%까지 감면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캄테크가 기술주도적 소비재이긴 하지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보다는 그 기술이 가져올 생활의 변화를 대중에게 인지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새로운 첨단기술이 적용될수록 더욱 그렇다. 소비자들의 니즈는 복잡해지고 기술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기술의 빠른 발전은 니즈를 더 잘 해결해줄 것 같지만 애석하게도 오히려 기술 중심의 솔루션은 소비자들의 니즈와 반대로 흘러가기 쉽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보수적이고 명분 없이 무턱대고 신기술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한국 소비시장에서 영업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영업의 종말’을 주장하는 이들이 내놓는 근거와 일치한다. 유통채널이 다변화되고 채널 간 경쟁이 심해질수록 기업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바로 “어떻게 소비자와 접촉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모바일로 기업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 현대 소비자의 구매특성을 고려해볼 때 기업이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곧 영업으로 수렴하고 있다. ‘고도화된 영업’만이 가격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수많은 정보로 무장한 한국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노동시장 분석기관인 버닝글래스Burning Glass에 따르면 기업은 영업직군을 뽑기 위해 평균 41일을 투입하는 반면, 다른 직군을 뽑는 데는 33일밖에 사용하지 않는다.4
진실의 순간 moment of truth 고객이 회사나 제품에 대해 이미지를 결정하게 되는 15초 내외의 짧은 순간을 일컫는 마케팅 용어. 종업원과 접촉하거나 광고를 볼 때 등 고객이 어떤 특정 시점에 갖게 되는 느낌이 기업의 이미지나 생존을 결정짓는다는 뜻으로 스웨덴 경제학자 리처드 노먼Richard Norman이 최초로 사용했다.
소위 보편적이라는 사회적 기준에 얽매여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 부단히 노력해온 현 시대의 사람들에게 당당히 ‘my way’를 ‘내멋대로’ 즐기라는 명제는 행복한 일탈이 될 수도 있지만 삶의 딜레마가 되기도 한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최장기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했던 것도 이러한 시대적 정서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미움받는 것에 의연해지라는 따끔한 충고가 ‘나’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지며 현대인에게 일종의 처방전이 되었던 것이다.
특히 그녀가 자신의 책에서 제시했던 여러 정리의 비법들 중,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대목은 독자들에게 버리는 행위를 통해 강렬한 설렘을 경험하게 했다. 그렇다, 버려야 하는 것이다. 어떤 물건이든 이제는 그만 좀 없애고 버리면서 살아야 할 때가 왔다. […] 사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작금의 ‘버리기 열풍’은 실상 진정한 무소유의 미학을 실천한다기보다는 구매의 자기합리화 기제 쪽에 더 가깝다. 욕심껏 양 손 가득 쥔 사탕 때문에 당장 사탕을 먹고 싶어도 사탕 껍질을 깔 수가 없어 먹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현대인의 소비습관과 사뭇 닮아 있음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케아·모던하우스·한샘몰의 동반 성장세는 가구·가정용품 또한 빠른 소비 주기를 갖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를 넘어 모바일 온리mobile only가 펼쳐지는 시대다.
신뢰 회복을 위해 ‘작은 연대’의 가치를 높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