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를 사랑한 슈퍼맨
크레이는 가장 단순하고 지루한 작업을 했다. 왜냐하면 부분적으로는 그 작업을 통해서 기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고 또 한 편으로는 모든 엔지니어들이 그 일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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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근성’있고 ‘꾸준’하면 어떤 일을 벌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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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팀에서 출발하고, 팀을 새로 만들고 난 이후에 가장 중요한건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고, 그 이후에서야 ‘가치’를 관리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론과 구현을 결합할 줄 아는 새내기 직원은 드물었다. 대부분은 어느 한 가지만 잘했지 둘 다 잘하지는 못했다. 크레이는 양쪽에 모두 재주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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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단상을 떠났을 때 NCAR의 컴퓨팅 부문장은 프로그래머들을 꾸짖었다. “왜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은 거지?”라고 그는 물었다. 긴장이 흐르는 가운데 어떤 프로그래머가 대답했다. “어떻게 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단 말입니까?” 그것이 바로 컴퓨팅 세계에서 크레이를 바라본 모습이었다. 그들의 눈에 그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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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덧셈기들은 간단했고 그것들이 동작하는 과정은 눈으로 따라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런 기계에서는 전기가 회로를 지나서 릴레이로 들어갔다. 그 릴레이가 닫히면 그 전기는 그것을 통과해서 모터를 구동했다. 그러면 그 모터는 바퀴나 다이얼을 돌렸고, 틱틱틱 소리를 내며 기계는 숫자들을 더했다. 그러나 이 새로운 기계들은 달랐다. 이것의 부품들은 회전하거나 틱틱 소리를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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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을 특정한 방식으로 구성함으로써 엔지니어들은 모든 종류의 기본 산술연산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논리 회로를 만들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기계를 만들었을 때 생기는 장점은 속도였다. 전형적인 논리 회로의 경우에는 일 초에 수천 개의 입력을 다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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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은 그 직전까지는 전자식 계산이라는 개념에 크게 저항을 해 왔었다. IBM의 엔지니어들은 진공관보다는 전기식 릴레이를 선호해 왔었지만 이제 그들도 간접적으로나마 진공관의 가치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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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의 소속원들은 논리적 장점과 단점을 적은 후에 본능을 따랐다. 중지가 모아졌고 그들은 트랜지스터에 미래를 걸었다. 방 뒤에 조용히 앉아있던 시모어 크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논리를 초월한 엔지니어링 전문가 세계에선 경험에서 우러나온 본능이 이기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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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이 새로운 연구소는 물리학자들을 컴퓨터 ‘코더’ 또는 프로그래머로서 채용했다. 보통의 경우 이곳은 폭탄을 만드는 세계 정상급 물리학자들과의 연락책으로 활동할 학위소지자를 찾았다. 연구소의 관리자들은 코더들이 핵 연쇄반응 뒤에 있는 수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코더들은 그 수학을 컴퓨터 코드로 그대로 변환할 수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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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터처리에서 거둔 성공을 보면 크레이가 동작하는 기계를 설계하는데 특별히 천재성이 있음을 더욱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총명한 발명가라고 인정받은 크레이는 기술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눈에 띄게 보수적이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는 매우 신중해서 집적회로의 경우에서 보듯이 종종 10년을 기다렸다. 그는 어떤 아이디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면 선구자가 되기를 거부했다. 크레이는 필요할 때에만 발명했고 가능하기만 하다면 쉬운 길을 택했다. 이론적 공고함과 높은 현실감을 균형 있게 가져가는 그의 능력 때문에 그런 큰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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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그것을 만든 엔지니어들은 CRAY-1에 너무 꽂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크레이가 하고 싶어 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가 원한 것은 ‘백지상태에서부터 설계를 시작하는 것’, 참신하게 출발하는 것, 전에 타던 배를 태워버리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크레이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