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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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로 읽고, 국내 번역본으로 다시 읽었는데 원서에서 느낄 수 없는 ‘유머’를 보았다. 내 양놈 친구가 왜 ‘빙뱅이론 솔로 버전’이라고 했는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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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머는 중요하다.
  • 유머는 많이 중요하다.
  • 문제를 해결하는 건 중요하나,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건 더 중요하다.
  • 그냥 시작하라

이유는 다양하다.

산소 발생기가 고장 나면 질식사할 것이다. 물 환원기가 고장 나면 갈증으로 죽을 것이다. 이 막사가 파열되면 그냥 터져버릴 것이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결국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다. 나는 망했다.

그러나 해결책은 단순하다.

물론 1년 치 식량으로 어떻게 4년을 버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하나씩 해결하자. 지금 나는 배를 채웠고 확실한 목적을 갖고 있다. 빌어먹을 통신 장치를 고치는 것 말이다.

블랙 코미디. “남이 만든” 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금방 끝날 겁니다. 와트니가 해킹을 끝마쳤고 저희가 제대로 했는지 확인도 했습니다. 패스파인더 OS 업데이트도 문제없이 끝냈고요. 로버 패치를 보냈고, 패스파인더가 그것을 다시 전송했습니다. 와트니가 그 패치를 실행시키고 로버를 재부팅하기만 하면 연결될 겁니다.” “맙소사, 엄청 복잡하군.” 벤커트가 말했다. “리눅스 서버 업데이트 한번 해보시죠.” 잭이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팀이 말했다. “농담이었다는 거 아시죠? 원래 재미있어야 하는 건데.” “그랬군. 난 물리학쟁이지 컴퓨터쟁이가 아니라서.” 벤커트가 말했다. “컴퓨터쟁이들한테도 재미없어요.” “하여튼 재미를 모른다니까, 팀.” 잭이 말했다. “시스템 연결됐어요.” 팀이 말했다. “뭐?” “연결됐다고요. 그냥 참고하세요.”

유머는 엄청 중요한거다.

그 조사위원회한테 나는 신경 끌 테니 마녀사냥을 할 셈이면 알아서 하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불가피하게 루이스 대장을 문책해야 한다면 저는 공식적으로 반박할 것입니다. 틀림없이 다른 대원들도 모두 저와 같은 생각일 거예요. 참, 그 위원회 구성원 모두에게 좆 까라고 전해주세요. 와트니, 추신:젖도 까라고 해주세요.

Just do it!

내가 물 환원기에 관해 나사와 주고받은 대화는 따분할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사항들 때문에 이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쉬운 말로 요약해보겠다. 나:“어딘가가 막힌 게 분명합니다. 그냥 뜯어서 안에 있는 관들을 확인해보면 어떨까요?” 나사:(다섯 시간 고심한 끝에) “안 돼. 그러다 망치면 죽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그냥 뜯었다. 나도 안다. 나사에는 울트라 슈퍼 천재들이 많으니 그쪽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게다가 그들은 하루 종일 내 목숨을 구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데 내가 이렇게 뻣뻣하게 굴어선 안 된다는 점도 안다. 하지만 뒤를 닦는 방법까지 일일이 간섭하려 드는 데 질렸다. 그들은 아레스 탐사대의 우주비행사들을 선발할 때 자립심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지 않았던가. 그것은 13개월에 걸친 임무이며 그중 대부분은 지구에서 수 광분 떨어진 곳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그들은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원했다. 루이스 대장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녀의 지시를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저 지구에 있는 얼굴도 모르는 관료들의 지시를 따르는 건? 미안하지만 좀 어렵다. 나는 정말 조심스럽게 작업했다. 뜯어낸 부품마다 일일이 표시를 했고 모든 것을 탁자 위에 늘어놓았다. 컴퓨터에 도면이 있었으므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부품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의심했던 대로 관 하나가 막혀 있었다. 물 환원기는 원래 소변을 정화하고 대기 중의 습기를 빨아들이는 기구이다(우리는 호흡을 통해서도 소변과 거의 비슷한 양의 수분을 배출한다). 그런데 나는 물을 흙과 섞어 광천수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물 환원기에는 광물질이 쌓여 있었다. 나는 그 관을 청소한 다음 다시 조립했다.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었다. 언젠가 또다시 이 짓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100화성일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별일 아니다. 나는 나사에 내가 한 일을 보고했다. 우리의 대화는 (쉽게 바꿔보면) 다음과 같았다. 나:“뜯어서 문제를 찾아 고쳤습니다.” 나사:“미친놈.”

자본주의의 위대함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시키는 것에 있다. 절박한 목숨보다 중요한건 더 많은 지식이 아니지만,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처신했을까/

“중요한 건 액수가 아닙니다. 지금 한 인간의 목숨이 절박한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하지만 금전으로 환산하고 싶다면 마크 와트니의 임무 연장이 갖는 가치도 고려해야겠죠. 그의 임무와 생존투쟁이 연장되면 우리는 화성에 대해 아레스 프로그램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지식을 얻게 되니까요.”

아주 좋은 ‘신’ 사용법

“신을 믿어요, 벤커트?” 미치가 물었다. “물론이죠. 난 여러 신을 섬깁니다. 힌두교도거든요.” 벤커트가 대답했다. “그럼 모든 신들에게 이번 발사가 성공하게 해달라고 기도해주세요.” “그러죠.”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우린 그런 일을 ‘위험한 일’이라 하지 않겠지?

“대원들을 잃는다면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이 없겠지요. 하지만 헤르메스를 잃는 일은 없을 겁니다. 헤르메스는 여기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 원자로와 이온엔진들이 계속 돌아가기만 한다면 헤르메스는 되찾을 수 있습니다.” “우주여행은 위험한 겁니다. 무엇이 가장 안전한가 하는 논의가 되어선 안 됩니다.”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정쩍한 것보단 안 어정쩍한 것이 좋다.

하지만 이번엔 단순히 이동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그곳에 도착하면 진을 치고 MAV를 이러저러하게 개조해야 한다. 나사는 30화성일이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넉넉히 45화성일로 잡겠다. 그렇다면 출발에서부터 MAV 개조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총 95화성일이다. 95는 너무 어정쩡하니까 화끈하게 100화성일이라고 치겠다. 그러니까 나는 거주용 막사를 떠나서 100화성일 동안 살아야 한다.

이건 뭐… 유머가?!

[11:49] 제트추진연구소:스케치를 보니 괜찮은 것 같군. 반대쪽도 동일하겠지? 이제 슬슬 박아 넣기 시작해. [12:07] 와트니:……라고 그녀가 말했죠. [12:25] 제트추진연구소:제정신이야, 마크? 그런 농담이 나와?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 박테리아도 그러하니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끈질기게!

생(生)은 놀랍도록 끈질기다. 그들도 나만큼이나 죽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언젠가 지나가겠지”

“난 533일 동안 금욕 생활을 하며 기다려야 한다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그가 방어적으로 대꾸했다. “게다가 내내 당신 걱정을 해야 한단 말이야.” 그녀가 덧붙였다. “그래. 미안해.” 그가 말했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언젠간 지나가겠지.” “언젠간 지나갈 거야.” 그가 동조했다.(“We’ll get past it.”, “We’ll get past it,” he agreed.)

준비를 했다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로버 준비는 끝났다. 그런데 정말 끝난 것 ‘같지가’ 않다. 하지만 어쨌든 떠날 준비가 되었다.

USB에 항상 좋아하는 음악을 담아두자.

식량:감자 1,692개. 비타민제 물:620리터 대피처:로버, 트레일러, 침실 공기:로버와 트레일러 합쳐 액화 O2 14리터, 액화 N2 14리터 생명 유지 장비:산소 발생기와 대기 조절기. 비상용 일회용 CO2 필터 418시간분 전력:36킬로와트시 저장 가능. 태양 전지 29개 적재 가능 열원:1,400와트 RTG. 대기 조절기의 귀환 공기를 데우기 위한 수제 축열기. 비상용 로버 전기 히터 디스코:평생분(Lifetime supply.)

Written on October 11,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