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알아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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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증권CEO 였던 주진형님이 국내 경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서술한 책이라 할 수 있다. CEO였던 경험 때문인지 내가 생각하는 몇가지 개념과 사례를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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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관점 때문에 읽으면서 계속해서 검색을 하고, 몇가지 자료를 찾아보느라 생각보다 오래 거렸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왜 경제학 수업을 찾아듣지 않았나 싶다.
이런 얘기에는 개인과 사회라는 두 가지 층위가 섞여 있습니다. 개인으로서 각 청년이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 자체는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사회구조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자칫하면 구조적 성격의 문제를 개인 문제로 환원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들리니까요.
브랜드 작업에도 리뉴얼(Renewal, 재개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본질은 그대로 둔 채 다시 새로워지는 거죠. 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질을 알아보는 능력입니다. 그냥 뒤집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알고 껍질을 과감하게 뒤집는 거죠.
예컨대 이재명 시장이 재벌체제 해체를 슬로건으로 들고 나왔잖아요. 이재명 시장은 총수 일가의 황제경영 시스템을 무너뜨리자는 의미로 사용했는데 조·중·동 언론에서는 삼성그룹을 무너뜨리자는 이야기냐, 철없이 과격한 얘기를 한다고 비난해요. 이런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려면 구분을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즉 기업 집단과 총수 일가로 구분해야겠지요.
김상조 가능하겠느냐는 것은 잘못된 질문이고 변화를 시켜야 합니다. 스스로 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언제나 외부 압력으로 변화하죠. 달라지는게 자기에게 이익이라고 깨달을 때 비로소 움직입니다. 외부 압력이 없으면 변할 인센티브가 없고요.
그러나 이는 시민들이 권력자의 권한에 제약을 가하는 법치가 아니라 최고 권력자가 신민(臣民)을 율법으로 지배하는 율치를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국민을 시민이 아니라 신민으로 다루는 전통은 지금도 남아 있어서 아시아권에서 법 앞에 평등이란 개념은 사회 지배층에게는 잘 적용되지 않습니다. 귀족은 예법으로, 평민은 법으로 가르친다는 것이죠. 한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한국이 법치주의가 제대로 작동되는 나라였다면 횡령·배임 처벌 강화나 사면 제한 같은 말이 안 나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중앙집권체제와 관원 대리체제가 강고하게 남아 있고, 법치보다는 율치가 익숙한 나라에서는 지배층에 대한 공평한 법 적용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제 말은 관원 대리체제가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사법체제가 재벌 총수나 정치권력에 약한 것은 필연적이라는 겁니다.
독과점 경제체제에서라도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내부 또는 외부에서 영입하고, 이사회에서 그 사람을 감시하다가 잘하면 계속하게 하고 못하면 그만두게 하는 것이 왜 그토록 중요할까요? 잘 생각해보면 선진국은 그 방식으로 모든 조직을 운영합니다. 이것이 현대사회가 개발해냈고 모든 조직에 거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지배(Governance)방식이자 서구에서는 수백 년에 걸쳐 발전해온 방식입니다. 우선 교회부터 그렇게 하잖아요. 장로가 모여 목사를 선임하고 임기가 되면 계속 임용할지 검토합니다
한화투자증권에 가게 되었습니다. 가면 구조조정을 또 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악역을 또 맡았구나’라고 말씀하셔서 ‘저는 이걸 한 번도 악역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고 선역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어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고 눈치만 보며 미루기 때문에 기업이나 경제 전체의 활력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자 가운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경영자들 중에서도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내가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어요. 우리나라가 기업 운영을 잘못하는 거지요. 한마디로 말하면 책임 회피입니다.
사람에게 투자한 효과는 자기 재임 기간이 끝나고 나서야 나와요. 그러니 사장들이 사람을 기르는 데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실업보험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면 다 듣고 나서 ‘그거 안 팔려. 아무도 관심 없어. 그거는 공약으로 못 써’ 합니다. 일반 국민은 ‘내가 원청에 들어가면 되는데 왜 실업보험을 지지해야 하지?’ 하거든요. 이것이 실은 앞서 말한 근로자 10%에만 해당하는 얘기인데 말이죠.
문제는 한국 사회의 갈등을 모조리 이 두 잣대로 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막상 자본 안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해관계가 다르잖아요. 노동 안에서도 이해관계가 다르고 대규모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서도 그렇고요. 그런데도 그것을 하나로 묶어서 모든 사안을 자본과 노동의 대립으로 생각한다는 거죠.
자원이 빠르게 퇴화(obsolescent)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동시에 작용했을 겁니다. 첫째, 고속성장기에는 필요한 기술과 지식이 빨리 변합니다. 1960~1970년대 학교 다닐 때 배운 것은 원래도 부실했지만 사회에 나온 뒤 빠르게 쓸모없게 되었어요. 2000년대 들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둘째, 그런데 직장인 재교육 과정은 엉성했습니다. 하급직원용 교육은 있지만 고급 지식 노동자로서 필요한 지식이나 리더십 교육은 아직도 부실합니다. 요새 기업 임원들 상대로 인문학 강좌가 유행인데 참 한심한 짓입니다. 지식 노동자에게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능력, 개념을 갖고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인데 그런 교육은 지금도 안 합니다. 셋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데, 중간 간부만 되어도 직접 업무를 하지 않고 아랫사람에게 미룹니다. 데이터도 직접 다루지 않고 글도 직접 쓰지 않습니다. 지식의 심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현장에서 멀어지니 원숙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지요.
사장 또는 조직의 지도자가 하는 결정은 크게 두 가지인데, 사업전략적 결정과 인사 결정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전략적 결정은 자주 할 게 없지만 인사 결정은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회사에는 사장이 될 때까지 인사를 하지 않다가 사장 자리에 오른 사람이 태반입니다. 자기가 부장일 때도 부장 밑에 있는 조직원 모두를 통제해본 적이 없습니다. 자기가 의사결정을 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이죠.
승부의 세계에서 이긴 자에게 승복하는 방법과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죠. 그리고 강자는 약자를 배려하고 약자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과 약자와 강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방법을 어려서부터 배웠어야 했는데 다 크고 나서 억지로 하려니 힘든 거죠.
프랑스를 예로 드는 사람들은 현실을 정확히 모르고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유럽 국가 중에서 엘리트 교육에 가장 편중된 나라가 프랑스입니다. 파리 대학들 외에 그랑제꼴(Grandes Ecoles)이 있는데 프랑스 정부 관리와 엘리트 태반이 여기를 나왔어요. 예를 들어 사르트르(Jean Paul Sartre)가 졸업한 고등사범학교는 단순한 사범학교가 아니라 인문학교 중에서 최고 학교입니다. 이 점에서 우리와 마찬가지로 프랑스는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중앙집권적인 국가입니다. 저는 학벌문화가 중앙집권제와 관련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분권의 핵심은 누가 더 썩었느냐가 아닙니다. 정책 소비자와 가까운 곳에 의사결정권을 주면 자기가 하는 결정의 결과가 눈에 더 잘 띄고, 성패가 즉각 지역정부 정치인들에게 영향을 주니까 지역 주민의 반응에 빠르게 응답하게 됩니다. 그러면 훨씬 더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게 되지요.
예를 들면, 외국계 기업에 다니던 사람들을 영입해서 한국 회사 임원을 시키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어진 경영 시스템 안에서 지사 직원으로서 자기 일을 하는 방법만 알지 그것이 어떻게 전체적으로 맞물려 운영되는지 설계자로서 시각은 없기 쉽거든요. 근데 한국 회사에 오면 집은 좀 허술해도 자기가 설계해야 하는데, 각 부분을 서로 어떻게 맞출지 잘 모르니까 실패하는 거죠.
잘 맞지 않았다기보다는 한창 따라갈 때는 일본도 미처 몰랐고 우리도 몰랐던 부작용이 있었어요.
찢어지게 가난하다가 먹고살게 됐으니까 좋았죠. 그 시대를 겪어내서 살 만해진 사람한테 과거 방식이 틀렸고 살아온 나날이 허상이라고 한들 그게 깨지나요? 그러니까 거긴 그냥 놔두는 게 좋다는 얘기입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님’이다, 안 돌아온다 생각하세요. 그 시절 지나갔으니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성숙해져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젊은 층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네. 간호사는 우리나라 전체 권력구조에서 힘 없는 사람에 속하잖아요. 게다가 여성이 많고요. 간호사가 대부분 남자였다면 이렇게 안 되었을지도 몰라요. 남자들이 여자를 차별하는 일은 아주 잘하니까 이렇게 안 바뀌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중도에 직업을 포기하죠.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간호사 면허가 있는 사람 가운데 취업하지 않은 사람이 엄청 많습니다. 기껏 교육해놓고 안 쓰니까 이것도 낭비입니다.
자발적으로 해야 해요. 정당에만 기대하지 말고 대통령에게 기대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그 말씀을 특히 젊은 분들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한 사람이 열 걸음 가기보다 열 사람이 한 걸음 내딛고 가는 게 옳다.” -성유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