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생각하는 디자인

디자인에 있어서 공학은 예술을 대체하기보다는 예술을 실현하는 역할을 합니다. / 추천사 중…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웹 사이트의 사용자들은 종종 유심히 살펴보지도 않고 버튼이나 링크를 클릭하곤 합니다. […]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유발된 기대에 따라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 기대로 인한 맹증이라 합니다.

그저 새로운 지각이 과거의 유사한 신경 활동 패턴을 재활성시킬 뿐이고, 이 패턴 자체가 장기 기억인 것입니다.


먼저 지앤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시작하자. 올해 읽은 IT관련 서적 중에서 단연코 최고다. TAOCP 4A, 스티븐 레비의 ‘해커, 광기의 역사’ 와 함께 2013년 발간된 ‘IT서적’ 중에서 최고란 수식어를 붙여도 전혀 아깝지 않다. 강규영님에게 찬사를 지앤선엔 박수를 보낸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그대가 화면을 디자인하지 않아도 구매할 것을 강력하게 권한다. 정말 굉장한 책이다. 난 이책이 너무너무 좋다.

1. 왜?

C언어를 리눅스 기반에서 개발하는 펌웨어/임베디드 개발자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UI 논쟁은 VI v.s. Emacs 정도가 될 것이다. 윈도우 기반의 화려한 IDE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까지 잘 써온 Vi를 버리면서 까지 이클립스로 갈아타고 싶은 마음도 없다.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이 유행이 있고, 유행을 따라가다 만난 자바와 웹 프로그램의 문턱에는 HTML이 존재한다. HTML이란 야트막한 동산을 넘어가기 위해서 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많은 페이지는 나를 사막 한 가운데로 인도한다.

그렇다. 내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어낸 페이지는 뭔가 구린냄새가 풀풀난다. 누군가 코드에서 구린냄새가 난다면 리펙토링을 해야한다(?) 고 했는데 웹 ‘디자인’은 혹은 ‘UI/UX’는 왜 구린냄새가 나는지 도저히 답을 알 수 없다. 심지어 모바일 프로그램의 실패의 8할은 디자인 때문이였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나와 같은 콘솔 개발자들에게 UI는 넘을 수 없는 산이다.

그런데 왜? 우린 UI란 산을 넘을 수 없는 것일까? 그 이유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보편적인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검은 화면과 하얀 글씨로 은하계를 넘나들던 콘솔 개발자들에게 화면에 뭔가 누를 수 있는 버튼이 있다는 것은 막연한 동경이요, 아름다움이자, 신비한 일이다. 그리고 무조건 감사한 일이다. ‘버튼’이지 않는가?

그런데 그런 버튼을 만들어 주었다면 감사해야 할 일이지, 왜 그 버튼이 아니라 ‘다른’ 버튼을 누르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 왜 ‘저 버튼이 아니라 그 버튼’을 누르는 것인가? 글을 안 읽은 것인가? 친절하게 버튼에 적혀있지 않은가?(이 책의 ch1을 읽어보자!)

2. 근거 자료

“보편적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어지는 물음 “왜?”

보편적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니, 그럼 ‘난’ 보편적인 인간이 아니라 ‘반인반신’인가? 아니면 태어날 때 부터 화면에 붙여진 버튼에 대한 이해도가 DNA에 녹아 들어있나?

개발자의 질문에 선뜻 말하지 못하는 기획자와 디자이너들, 그리고 들려오는 핀잔들과 공대생들은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는 협박성 멘트. 한편으론 인문학도들은 왜 편미분과 이산확률을 배우지 않는가에 대한 깊은 ‘빡침’

어느 미학자의 고양이가 말했던가? “모르면 닥쳐!”라고? 이게 보편적이고 뭔가 문제가 있다면 근거를 제시하라 말하면 ‘그런게 근거가 있을리 있냐? 단지 난 이런것에 특별난 재능이 있다. 이런것에 전문가이다.’란 말…

끝없는 침묵은 그칠 줄 모르고, 개발자들은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이해도 없이 반발심만 높여가는게 ‘망하는 프로젝트’에서 ‘간혹’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러나 난 찾았다. 디자이너 누나와 퍼블리셔들이 왜 그토록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지 이 책에 적혀있다. 그래, 그런 이유 때문에 사소한 몇개의 버튼을 묶어야 했고, 쓸모없는 ‘테두리’를 쳐야 했다. 그래… 내가 한 모든 것들은 의미를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였다.

그리고 디자인에 관한 법칙들이 담고 있는 근거는 이 책에 있으니 사서보자. 특히 괄호뒤에 외국형/누나의 이름과 년도가 보인다면 ‘구글 학술 검색’에서 검색하면 원문을 볼 수 있으니 꼭 찾아보자!

3. 읽고, 찾고, 적용해보자

시간이 뒤로뒤로 흘러서, 회의시간에 오고가던 많은 논쟁들이 떠오른다. UI를 담당하는 동기, 기획자, 디자인너가 서로 오고가던 말들이 생각났다. 이제 읽고, 찾고, 적용해 보는 일만 남았다. 나의 경험과 지식을 일치시키는 부단한 노력만이 콘솔개발에서 비주얼개발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P.S : 심리학 개론서도 한 권 샀다. 개론서을 읽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분명히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저명한 등산가(!)가 말하길 ‘거인의 어깨위에서 더 넓은 곳을 바라봤더니 교과서가 늘어났다’란 말처럼 나도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바라보는 심정(?)’으로 UI에 대한 작은 안목을 키워나가고자 한다. 우주세기에 활약하시던 마쿠베님의 말을 빌려 “이 책은 좋은 것이다”

Written on December 18,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