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IT 벤처의 탄생
1. 스타트업의 참고서
한국은 스타트업을 시작하기에는 부담감이 많다는 기사가 종종 나온다. 이 기사의 본질은 실리콘벨리에 비해서 창업시 소요되는 비용이 크고, 창업을 한다고 해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다는 뜻이다. 그리고 실패한 스타트업은 두 번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 문화에 대한 비판의 뜻도 숨겨져 있으리라 생각한다.
반면에, 창업에 관한 많은 책들이 있지만 사실 그런 책들은 미국의 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루기 있기 때문에 한국의 창업시장과 비교해 보면 온도차이가 뚜렷하게 난다.
하지만 ‘위대한 IT 벤처의 탄생’의 경우 국내 스타트업 CEO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진행된 인터뷰를 종합해서 분석하고, 팁(이 책에서 가장 감명깊에 읽은 부분)에서 창업에 필요한 소소한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언뜻보면 그냥 그런 책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글쓴이의 ‘목표’가 뚜렷하고, 인터뷰의 내용이 매우 수준 높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인터뷰를 분석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잘 정리된 보고서를 받아보는 기분이 든다. 역시 CEO의 ‘글’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란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특히 아래 인용된 글은 글쓴이의 내공을 짐작케 한다.
단순히 조언을 구할 때는 이 사람이 정말 ‘실행을 하려고 이런 조언을 구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다른 이들과 다를바 없이 ‘조언을 구하는 행위를 통해 안심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또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분과 인터뷰를 당하는 분의 입장이 서로 비슷하기 떄문인지 몰라도, 쉽사리 듣기 힘든 조언들이 책의 곳곳에 있다.
-
일이 잘 안 풀릴 때 결국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은 대표다. 확과한 주인 의식을 갖고, 배경이나 다른 사람들에게서 핑계를 찾지 마라.
-
창업 초기 사업 모델과 수익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고 창업했다. 비전 외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창업 초기 우수한 인력을 붙잡지 못했다.
-
… 그렇게 보면 ‘무엇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비즈니스적으로 재미있을 수도 교훈이 될 수 있다.’
-
…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해도 나만이 바라볼 수 있는 틈새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2. 이 책의 가치는 ‘팁’에 있다.
하지만 창업을 권하는 많은 책은 읽은 사람으로 하여금 ‘비전’을 심어줄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마음에 심어준 비전을 ‘실현’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일임하곤 한다. 이런 책은 좋을 수 있지만, 사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읽어서 될 책은 아니다. 왜냐하면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비전’이 분명하지만, 사실상 현실에서 다급한 문제는 ‘서류’ 처리와 ‘절차’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런 단점을 보완한 책의 대부분은 창업 ‘절차’와 ‘서류’에 대해서 잘 나와있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지 않은가?
스타트업은 100개가 시작해서 1개가 살아남기 힘들다고 한다. 시작했으면 끝을 맺어야 하는 법이다. ‘폐업’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사람들이 ‘1’이 될 순 없는 법이다.
이 책엔 ‘폐업’ 과정이 있다. 이 책에 나온 것 보다 더 자세한 사항은 변호사와 논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시작과 끝을 모두 다룬다. 글쓴이가 이 책을 쓰면서 얼마나 세심하게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고, 사실 감동받은 부분이다.
창업을 꿈꾸는가? 이 책이 당신의 열정에 기름을 끼 얹을 것이다.
-
주변에서는 많은 메시지와 조언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들이 절대적으로 옳다거나 그르다고 보긴 어렵다. 결국 문제를 푸는 것은 나와 우리팀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
감당할 수 없었던 시기에 기사화가 되었고 성공한 것처럼 부풀려졌다. 돌이켜보니 언론에 덜 노출되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
… 게다가 스타트업 CEO라면 모두가 겪을 수 있는 실수를 해도, 나이가 어리고 여자 CEO란 이유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있어서 힘들었다.
-
광고 영업을 쉽게 생각했다. 매체를 만들면 광고가 쉽게 유치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던 어느 날, 스탠포드 대학교의 ‘기업가 정신 관련 모임’을 만든 창업자들과 점심을 먹는 자리가 있었다. “나는 세상을 이렇게 바꿀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나누던 창업자들이 갑자기 나에게 “넌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어?”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때까지 나는 “오늘 저녁은 뭘 먹지?”를 고민하던 중이였는데, 내 또래 창업자들이 ‘세상을 바꾸고 미래를 바꾸는’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 부끄러웠다. 집에 돌아와서 성공한 창업자들 - 빌게이츠, 스티븐 잡스, 마크 주커버그 등 - 이 창업한 나이를 찾아보니 만 20세더라, 내가 딱 그나이였고, 나 역시 창업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