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쿵푸스
1.
먹고 살고 번식하고 하는 일이야, 뭐 박테리아도 하지 않는가. 적어도 공부라고 하면 존재 자체가 특별한 단계에 도달하는 과정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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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세상을 향해 이런 질문의 그믈망을 던지는 것이다. “크게 의심하는 바가 없으면, 큰 깨달음이 없다.”(홍대용) 고로, 질문의 크기가 곧 내 삶의 크기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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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적당한 연령대에 오직 학교에서 하는 것’이라는 주술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 이건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다. 인간은, 아니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뭔가를 배운다. 살아 있음 자체가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뭔가를 끊임없이 학습하는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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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들의 눈이 그토록 맑은 건 세상에 대한 경이로움과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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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전, 모든 교육은 소리를 통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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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에게 있어 독서란 어디까지나 소리 내어 읽는 것이지 속으로 달달 외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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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히에 따르면, “보통의 적성과 학습 의욕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 만약 이러한 전통적인 방법(반복학습)의 교수를 받게 된다면 2~3개월 만에 습득할 수 있는 기능은 많이 있다.”. 아마 웬만한 건 다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 그럼에도 지금 우리의 교육에선 이 방법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있다. 주입암기식에 대한 거부반응에다 ‘복잡하고 정교하게 짜여진’ 교수법만이 더 효과적이라는 환상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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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생들은 어떤 대상의 맥락을 짚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 대개 즉흥적이고 파편적인 단어와 구절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기본적으로 독서를 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그에 더하여 우리 시대의 문화가 그런 성향을 더욱 부추기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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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새로운 말과 이야기로 세상을 보는 눈을 홀라당 뒤집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혁명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혁명은 늘 새로운 말, 낯선 이야기들과 함꼐 등장했다. 21세기 혁명의 거점인 사파티스타의 구호 또한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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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책을 열면 곧 거기에 있다.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이 보일 것이요. 정신은 또 천만 배나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나 이탁오를 하루 종일 면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분서», 이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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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는 비유컨대 병사이고, 뜻은 비유하면 장수이다. 제목은 적국이고, 전장고사는 싸움터의 진지이다.” 결론은? “그러므로 병법을 잘하는 자는 버릴 만한 병졸이 없고, 글을 잘 짓는 자는 가릴만한 글자가 없는 것이다.” - 연암, 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