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바꾸는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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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 한국에 대해서 제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가 하면 근대의 좋은 부분, 나쁜 부분을 한국에서 모두 다 볼 수 있다는 것 입니다. 근현대 역사에서 한국만큼 격렬히 저항이 있었던 곳도 드뭅니다. 근대 국가에 대해 한국만큼 복종하는 나라도 드물고요. 말하자면 근대의 모순과 득과 실이 진열대처럼 다 놓여 있는 곳이 한국이고 이렇게 근대의 모순점들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곳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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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 열린 민족주의에 대해선 한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 하루 동안이라도 국경을 열어서 동남아 노동자들 무제한으로 받아주면 안 됩니까? 그러면 열린 민족주의의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불가능한 이유는 민족주의라는 것은 자본주의 국민국가의 이데올로기이고 자본주의 국민국가는 경계선 없이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임금의 차이가 없으면 누굴 착취하겠습니까? 저임금 지대가 있어야 하고 저임금 지대 사람들을 부려먹지 않고서는 초과이윤을 도저히 얻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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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 제가 대학 평준화를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사회 구성원들은 일생에 걸쳐서 딱 두번 학습 노동을 합니다. 대학 입할할 때까지, 그 다음엔 취직할 때까지. 그 외에는 대다수가 자신의 사회문화적 소양을 높이기 위한 공부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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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 : 작년 말에 미국에서 연구한 결과가 있습니다. 원숭이들을 태어날 때부터 같이 키우면서 균등하게 먹이를 나눠주다가 소수의 원숭이에게 특혜를 배풀면, 그 원숭이 무리 중에서 자기 먹이를 포기하면서 그 불평등에 저항하는 원숭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평등의식이나 정의감은 학습이나 훈련의 결과이거나 (그것이 자기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취하는) 행동이 아니라 본성으로 타고나는 것” 이라는 게 그 연구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런 도덕률이 확립되는 것, 우리 사회 초등학교 더덕교과서 정도의 원칙이 계속 강조되는 것은 그것이 이 공동체가 올바로 발전하는ㄷ 데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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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태 : 결국 전쟁기자들이 국가나 정부, 종교나 인종 같은 특정집단에 속하다는 것은 그만큼 시민사회를 위험에 빠뜨린다는 뜻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