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시읽기의 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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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직명하게 된 사람이나 사물 혹은 사건에 고강도로 집중할 때, 우리는 그로부터 발생하는 재적인 동요를 묘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춘 셈입니다. 그래서 집중은 자기만의 표현과 묘사, 즉, 고유한 스타일을 낳는 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시인이나 철학자들의 글은 읽기가 힘든 겁니다. 너무나 난해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이 집중하고 있는 것을 자기만의 자기만의 생각고 감정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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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캉에게는 모든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캉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든지 정신병, 신경증, 그리고 도착증이란 세 가지 임상 구조 중 하나에는 반드시 속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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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를 맺을 때 강박증자, 즉 남성에게 여성은 ‘대상 a’의 우연적인 용기나 매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핑크는 지적합니다. 당연히 남성에게 여성은 “대체 가능하고 교환 가능한 것”일 뿐 입니다. 핑크의 지적은 강박증에 대한 라캉의 논의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라캉도 강조했던 적이 있습니다. “남자에게 여성은 어머니 아니면 매춘부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남성에게 여성이란 자신만의 고유한 욕망이 없는 존재로 드러나는 겁니다. 그래서 강박증자로서 남성이 가장 당혹스러워하는 순간은 단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여성이 당당하게 그녀만의 욕망을 피력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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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라는 위태로운 줄타기에 숙달되지 않는다면 남성은 강박증 쪽으로, 여성은 히스테리 쪽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러니 노력해야만 합니다. 어느 한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나와 타자 사이에서 아찔한 균형을 유지해야만 합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 평지를 걷듯이 사랑의 줄타기가 편해질 때가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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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을 발견하는 것은 도신인일 수밖에 없는 법입니다. 모던 보이로서 경성 생활에 깊이 젖어들지 않았다면, 시인은 일종의 노스탤지어로서 시골을 발견할 수 없었을 거라는 말입니다. 결국 <향수>는 시골 사람의 시가 아니라, 도시 사람의 시였던 셈입니다.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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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순수한 정신노동은 존재하지 않는 겁니다. 만약 누군가 순수하게 자신은 정신노동에 종사한다고 이야기한다면, 그는 사실 아무런 노동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노동의 가치를 운운하는 사람들은 별다른 노동을 하지 않고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부유한 사람이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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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김행숙 시인은 어느 인터뷰 자리에서 말했던 겁니다. 자신은 “남을 속속들이 알려고 하기보다는 알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관계의 방식이자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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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가 일어나느 것은 전체 조직이다. 라디오의 영향은 시각적인 것이고, 사진의 영향은 청각적인 것이다. 새로운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모든 감각들 사이의 배분 비율은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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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라는 산문집에서 이성복 시인이 “입으로 먹고 항문으로 배설하는 것은 생리이며, 결코 인간적이라 할 수 없다. 그에 반해 사랑은 항문으로 먹고 입으로 배설하는 방식에 숙달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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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스도예프스키도 말하지 않았던가요. “인류에 대한 사랑이란 말은 자기가 마음속에서 만들어낸 인류에 대한, 즉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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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풍경은 내면을 응시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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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우리는 비트겐슈타인Ludwing Wittgenstein, 1889~1951이 «논리철학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에서 보여준 통찰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했습니다. “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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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지배하는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와 미래를 과거의 연잔인 것처럼 덧없이 흘려보내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만의 삶, 그러니까 내가 살아내는 현재를 되찾으려면, 우리는 항상 과거와 씨름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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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에서 자신에게 가해지는 관음적인 시선을 용납하려는 여성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대중매체 속의 여성은 가장 관능적인 자세로 자신을 응시하라며 유혹하고 있습니다. 자위하는 남자는 이미 대중매체가 내건 욕망의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겁니다.[…]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이 되는 것으로 만족을 느끼는 여성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좌절된 강박증적 욕망에 불을 지피는 것이 바로 대중매체와 그 속에 등장하는 섹시한 자태의 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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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에 중독되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중 대부분이 남학생들이라는 사실입니다. 프로이트나 라캉이 지적한 것처럼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은 대부분 강박증을 가지게 됩니다. 강박증은 자신의 욕망이 충족되면 타자의 욕망쯤은 가볍게 무시하는 정신적 경향입니다. 좋은 중학교,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강박증이 지배적인 남자아이들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입시 경쟁에서의 승리는 몇몇 아이들에게만 허용될 뿐입니다. 당연히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자신의 욕망을 억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용수철을 계속 누르고 있으면, 언젠가 강력한 반발력으로 튀어오르게 마련입니다. “억압된 것은 언제든 다시 돌아온다.”라는 정신분석학의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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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기 드보르가 “스펙타클은 대화와 대립한다”라고 이야기했던 겁니다. 대화가 부족하다는 것, 이 것은 단순히 스펙타클 사회, 즉 구경거리 사회의 부산물이 아닙니다. 인간으로부터 대화와 소통, 그리고 연대의 계기를 박탈하는 것, 이엇이 스펙타클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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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모방하고 있는 제스처를 시험해본다는 것 자체도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 흉내 내고 있는 제스처는 스펙타클이 ㄱ만들어낸 결과일 뿐이고, 당연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 못하도록 기능을 하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활동하는 주체”가 되는 순간, 우리에게 붙어 있던 제스처들이 떨어져 나가게 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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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년이 서 있다. - 허연 세월이 흐르는 걸 잊을 때가 있다. 사는 게 별반 값어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파편 같은 삶의 유리 조각들이 너무나 처연하게 늘 한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무섭게 반짝이며 / 나도 믿기지 않지만 한두 편의 시를 적으며 배고픔을 잊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나보다 계급이 높은 여자를 훔치듯 시는 부서져 반짝였고, 무슨 넥타이 부대나 도둑들보다는 처지가 낫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외로웠다. / 푸른색.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더럽게 나를 치장하던 색. 소년이게 했고 시인이게 했고, 뒷골목을 헤매게 했던 그 색은 이젠 내게 없다. 섭섭하게도 / 나는 나를 만들었다. 나를 만드는 건 사과를 베어 무는 것보다 쉬웠다. 그러나 나는 푸른색의 기억으로 살 것이다. 늙어서도 젊을 수 있는 것. 푸른 유리 조각으로 사는 것. / 무슨 법처럼, 한 소년이 서 있다. / 나쁜 소년이 서 있다. 출처 : 허연,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민음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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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주의가 인간의 자유를 긍정하는 논의였다면, 구조주의는 인간의 사유와 행동이 특정 구조의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구조주의는 인간의 자유도 구조가 허용한 자유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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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뮈에 따르면 인간은 자유로울 때 한계에 직면할 것이고, 나아가 한계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뛰어넘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한마디로 인간은 “반항하는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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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자의식은 내가 타자와 다르다는 의식과 분리할 수 없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