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의 건국철학
1.
조선사를 배우면서 가장 거창한 이름으로 기억되지만, 정작 아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사나이 “정도전”에 대한 도올의 찬사를 모은 책이다.
2.
정도전에 대한 조그마한 관심만 있다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삼켜내기에는 쉽지 않다.
3.
조선역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읽어보길 권한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모르면 모른채로, 이해되면 이해되는 그 상태도 그냥 읽어보길 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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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인들이 삼봉을 읽을 때, 편년사적 시대의 제약성 떄문에, 그리고 “근대”라고 하는 역사서술방법의 콤플렉스 때문에, 상봉을 어떠한 “전근대적” 틀 속에 가두어버리지 않으면 아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서 삼봉은 근대도 아니요. 전근대도 아니다. 그는 우리와 같이 호흡할 수 있는 동대의 인간일 뿐이다. 그의 혁명적 구상은 물론 그가 살었던 시대를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고유한 문제의식의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 오직 삼봉시대의 문제의식과 우리시대의 문제의식 사이에 구조적 동질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곧 동시대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역사는 현대사일 뿐이라는 크로체의 말이 역사철학서의 한 장식적 경구로 끝나버리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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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적 제도가 없는 제도적 개혁은 반드시 실패한다. 삼봉은 결코 실패한 혁명가가 아니다. 그는 조선왕조를 개창한 성공한 정치가요 사상가였다. 레닌이 맑시즘에 대한 확고한 자기류의 해석을 완선함으로써 볼쉐비키혁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삼봉은 우선 주자학에 촉발받아 이념적인 혁명의 틀을 완성함으로써 조선왕조의 개창이라는 눈부신 업적을 이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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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명은 반드시 그 운동을 이끌어간 사람들이 새로운 정체의 주체세력으로서 역사를 개창해야 하는데 동학혁명은 좌절된 운동일 뿐이며 조선왕조의 명운을 종료시키는데 도움은 주었을지언전 새로운 시대를 주체세력으로서 개창하지는 못했다. 그 새로운 시대정신을 창도했다는 의미에서만 우리는 “혁명”이라는 율로지(eulogy)를 헌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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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라서 “주관”이란 시레적으로 이상적 국가 관료체제(ideal bureaucracy)라는 뜻이 된다. 특정한 나라를 대상으로 하지 않은 채, 정교한 국가체재를 구상한다는 것은 매우 관념적인 행위이며, 이것은 고도의 추상적 사유의 발달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순수하게 체제(insitution)를 통하여 철학(philosophy)을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천재적 발상이며, 국가사회의 구체적 체험을 전제로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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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는 100% 존경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치가는 정권을 잡고 어떠한 성과를 냈느냐에 따라 평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렇게 완벽한 존경을 받을 길은 없다. 정치가란 찬반을 확실히 토론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인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