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나선

20세기 과학의 금자탑, 최대쾌거, 과학의 최대성과 등등… 어떠한 형용사를 붙여야 그들의 발견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지 고민되는 주제인 ‘DNA 구조’를 밝힌 과학자들의 이야기.

흔히 과학이라고 하면 딱딱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과학은 결코 따분한것이 아닐텐데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대부분의 것은 엄청난 엄숙함과 칼같은 날카로움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잘 알련진 신화는 F=ma라는 별것 아닌 공식같은것(응?) 으로 일약 과학계의 대부가 되신 뉴턴형님께서 사과에서 나무가 떨어지는(응?) 것을 보고 만유인력(萬有引力, universal gravitation)을 떠올리셨다는 구라다. 그 구라가 세계 만방에 떨쳐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이디어(갑자기 떠오른 영감…)의 중요성과 동시에 천재에 관한 억측을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과학이란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고 옆집 새댁도 충분히 나무가 떨어지는걸 보고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이게… 쉽지가 않다.) 주어지다면 충분히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아주 극명하게 대립되는 신화가 있을 정도로 과학이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이중나선>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과학자이름 옆 작은 괄호속에는 대부분 (19xx 노벨 xx상 수상)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다. 전세계 과학자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노벨상을 받았던 저명한 석학이자 과학계의 거목들에 대하여 왓슨은 자신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유감없이 표현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이 DNA의 기본 골격인 이중나선구조를 어떻게 발견했는지에 대해서 매우 주관적인 입장을 적은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화학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지식이 없으면 굉장히 재미없을 꺼라는 편견이 있는 듯 하다. RNA와 DNA에 대한 이해는 할 필요 없다는 생각으로 읽다 보면 이 책의 진정한 묘미를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안네의 일기="">를 뛰어넘는 솔직함에 있다. 비슷한 예로 한국 인디음악계의 보물이라 불러도 좋은 오지은씨의 <지은 '08>, <지은 '09> 앨범을 들었을 때의 그... 솔직 발랄한 충격을 이 책에서도 맛 볼 수 있다. 정말 솔직하다. 극사실주의가 이런건가 싶기도 한데, 왓슨은 자기와 같은 연구를 했던 사람들 및 주변부의 모든 인물에 대해서 전혀 객관적이라고 볼 수 없는 매우 주관적인 이야기를 거침없이 서술한다. 이러한 글에서 우리는 과학자들만의 세계를 볼 수 있다. 암투와 비정한 속임수가 난무하는 처절한 과학계의 한 단면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처절함에서 인간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미분방정식과 화학식으로 도배된 고상한 책에서 느낄 수 없는 과학이 담고 있는 따뜻하고 솔직한 인간의 감성. 과학자들의 무림이 궁금하다면 그냥 화학에 관한 이야기는 옆짚 총각이 술주정한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고 과학자들의 인간에 관한 솔직함을 옆보길 바란다.
Written on January 1,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