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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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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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충실할수록 보람도 커지는 게 반듯한 삶이다. 나는 원래 그렇게 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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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신정아 씨 사건을 보도하면서, 사생활까지 낱낱이 까발렸다. 인권 침해 논란이 뒤따를 정도였다. 언론이 신정아 씨 사건을 파헤치던 노력의 십분의 일만 이건희 비리를 파헤치는 데 썼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양심고백을 다룬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가끔 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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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쓰는 일은 인사권자의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재벌 돈 받은 사람을 유독 좋아하나 보다. 이런 대통령을 우리 국민이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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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기본적으로 신뢰에 바탕한 것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 정부가 화폐 가치를 함부로 떨어뜨리지 않으리라는 믿음, 꼬박꼬박 맡긴 보험금이 약속대로 지금되리라는 믿음 등…. 이런 믿음이 허물어지는 순간, 금융 질서 자체가 무너진다. 금융 분야에서 신뢰를 허물어뜨리는 일이 가장 큰 범죄로 꼽히는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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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삼성은 이런 기초적인 신뢰를 무너뜨렸다. 고객이 맡긴 돈을 함부로 빼돌린다면, 누가 안심하고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겠는가. 하지만 금융질서를 단속하는 금융감독원은 삼성화재에 대해 ‘기관주의’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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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특검이 삼성 비리를 덮었버렸다 해도, 우리 사회가 짚어야 할 대목은 있다는 야이기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거짓과 비리도 눈감아 줄 수 있다는 세태가 ‘봐주기 특검’의 공범이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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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에게 돈을 한번 주면, 계속 줘야 한다. 공직자가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받기 시작하면, 그는 늪에 빠진 것이다. 돈을 주다가 안 주면, 받는쪽에서 불쾌해 한다. 처음부터 안 준 것만 못한 결과가 된다. 많이 주다가 적게 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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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사치는 개인 돈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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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수사가 본분이다. 일선 수사검사에게 왜 ‘정책 판단 능력’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경제범죄를 수사할 때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는 검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일은 검사의 몫이 아니다. 경제정책 당국자가 할 일을 검사가 한다고 해서 경제가 나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검사들이 경제범죄 수사를 게을리 할 때, 시장은 혼란에 빠진다고 보는 게 옳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반칙이 난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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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저질러져 온 범죄’는 봐주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런 논리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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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법질서보다 사적인 관계가 우선하는 사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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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분한 관계는 아예 맺지 않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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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회복지가 잘 돼 있는 나라일수록, 인맥관리에 지나친 힘을 쏟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반면, 사회복지가 취약한 나라일수록, 마당발을 동경하는 문화가 두드러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