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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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긴 할까?


  1. 일에 충실할수록 보람도 커지는 게 반듯한 삶이다. 나는 원래 그렇게 살았었다.

  2. 언론이 신정아 씨 사건을 보도하면서, 사생활까지 낱낱이 까발렸다. 인권 침해 논란이 뒤따를 정도였다. 언론이 신정아 씨 사건을 파헤치던 노력의 십분의 일만 이건희 비리를 파헤치는 데 썼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양심고백을 다룬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가끔 든 생각이었다.

  3. 사람을 쓰는 일은 인사권자의 취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재벌 돈 받은 사람을 유독 좋아하나 보다. 이런 대통령을 우리 국민이 뽑았다.

  4. 금융은 기본적으로 신뢰에 바탕한 것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는 믿음, 정부가 화폐 가치를 함부로 떨어뜨리지 않으리라는 믿음, 꼬박꼬박 맡긴 보험금이 약속대로 지금되리라는 믿음 등…. 이런 믿음이 허물어지는 순간, 금융 질서 자체가 무너진다. 금융 분야에서 신뢰를 허물어뜨리는 일이 가장 큰 범죄로 꼽히는 것은 그래서다.

  5. 그런데 삼성은 이런 기초적인 신뢰를 무너뜨렸다. 고객이 맡긴 돈을 함부로 빼돌린다면, 누가 안심하고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겠는가. 하지만 금융질서를 단속하는 금융감독원은 삼성화재에 대해 ‘기관주의’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하는 데 그쳤다.

  6. 비록 특검이 삼성 비리를 덮었버렸다 해도, 우리 사회가 짚어야 할 대목은 있다는 야이기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거짓과 비리도 눈감아 줄 수 있다는 세태가 ‘봐주기 특검’의 공범이었다는 이야기다.

  7. 공직자에게 돈을 한번 주면, 계속 줘야 한다. 공직자가 아무리 작은 돈이라도 받기 시작하면, 그는 늪에 빠진 것이다. 돈을 주다가 안 주면, 받는쪽에서 불쾌해 한다. 처음부터 안 준 것만 못한 결과가 된다. 많이 주다가 적게 줘도 마찬가지다.

  8. 개인적인 사치는 개인 돈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9. 검사는 수사가 본분이다. 일선 수사검사에게 왜 ‘정책 판단 능력’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경제범죄를 수사할 때는,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다”는 검사들이 많았다. 하지만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일은 검사의 몫이 아니다. 경제정책 당국자가 할 일을 검사가 한다고 해서 경제가 나아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검사들이 경제범죄 수사를 게을리 할 때, 시장은 혼란에 빠진다고 보는 게 옳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반칙이 난무할 것이기 때문이다.

  10. ‘많은 이들이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저질러져 온 범죄’는 봐주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이런 논리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11. 공식적인 법질서보다 사적인 관계가 우선하는 사회인 셈이다.

  12. 지저분한 관계는 아예 맺지 않는 게 옳다.

  13. 실제로 사회복지가 잘 돼 있는 나라일수록, 인맥관리에 지나친 힘을 쏟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반면, 사회복지가 취약한 나라일수록, 마당발을 동경하는 문화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Written on January 1,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