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전집

1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엄마 걱정

2

시를 읽고서 정말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입 속의="" 검은="" 입="">, <빈 집="">에서 보여준 그의 처절하고 정말로 '그로테스크한' 시어는 나를 무섭게 했다.

3

세상이 힘들다는 거, 사랑이 고뇌와 고통의 연속이란 것, 살아가는 것 자체가 신이 내린 형벌이란 것, 버림받고 고통스러운 것들에 대한 시어들 속에 숨겨진 칼날 같은 아픔과 그 속에서 꼭꼼 감추어둔 시인의 정.

4

어릴 적 그는 나에게 삶에 대한 무게, 세상에 대한 두려움, 사랑에 대한 병적인 고통, 버림받고 가난 한 것에 대한 철없는 두려움을 심어 주었다.

5

이제는… 그래 조금은 커버린 지금 이젠 제법 세상을 알게 된 지금도 쉽사리 펼 수 없는 시집이 되어버렸다.

6

하지만 그의 시를 통해서 칼날같은 아픔속에 숨겨둔 빨간약을, 매서운 바람속에 숨겨진 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난 기형도를 기억한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내 옆에서 삶을 노래하고, 난 그의 노래를 사랑한다.

7 ‘봄날은 간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 […] // 소읍(小邑)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 봄날이 가면 그뿐 //숙취(宿醉)는 몇 장 지전(紙錢)속에서 구겨지는데 //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Written on January 1,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