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왜, 죽음을 선택하려 했던걸까?
그때, 죽음과 삶이 서로의 얼굴을 보았을 때 각각은 어떤 느낌이였을까?
죽기 위해서 노력하던 한 사나이가, 새로운 생명을 온몸으로 지켜주던 그 모습, 웃을 수도 없었던 기쁨과 눈물조차 흘리지 말아야 할 슬픔을 함께 느껴졌다.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던 새로운 생명과 죽기 위한 끈덕진 노력이란 두 얼굴을 맞대면 시킨 ‘작가’의 비범함과 삶에 대한 강렬한 질문에 조용히 주먹만 쥐어본다.
«이야기를 들려 드립니다.», 전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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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하다’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라는 의미로 수없이 써왔을 것이다. 인간은 기억하는 존재이다.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소설은 기억의 산물이다, 라는 명제를 당위적으로 써왔다. 그 말의 진실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보지 못했다. 그러나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그 말처럼 뼈저리게 다가오는 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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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인지 그 뒤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동경이 아이들을 자라게 한다고 생각하였다.
«매일매일 초승달», 윤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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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자신이 원할 때 멈춰지지 않는다.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아버지는 계속 잠만 자는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김중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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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 죽는다는 건 그냥 줌아웃되는 걸 거예요. 아득히 멀어지는 거죠. 고통스럽지는 않고, 그저 모든 게 멀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부디 편하게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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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죽을 만해서 죽는 거예요. 저처럼”
«통조림공장», 편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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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깡통처럼 텅 비어 있으면 큰일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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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탈수되고 몸이 기계의 일부가 되어가는 거죠. 왠지 뿌듯하죠.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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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은 한번 봉인이 된 통조림은 열어볼 수 없는 세계라는 걸 처음으로 이해한 듯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투명인간», 손홍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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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는 엄마 서방이지 제 서방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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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이처럼 어떤 진동이 늘 교환되는데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포착하기에는 너무 미세해서 알아채지 못하는 것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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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인류란 매번 존재했으나 매번 멸망했다가 매번 새로 탄생해야 했던 인류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시야가 새하얗게 표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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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처럼 나는 날마다 아버지를 잃었다.
«|심사평| 강렬한 서사가 남기는 근원적인 질문들», 신경숙(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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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오자마자 붕대에 가긴 채 시멘트 바닥에 버림받은 생명을 막 품에 안은 사람은 방금 목을 매 죽으려고 했던 사람이다. 그는 원치 않는 상황에 욕설을 내뱉지만 또 막 태어난 작은 인간에게 울지 말라고 속삭이기도 한다.
«문학적 자서전 : 자서전은 무슨 얼어죽을…», 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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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살아 있는 답도, 견적도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모두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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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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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없이 늦은 공부고, 물론 독학이다. 그래서 최선을 다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난 인간이기 떄문이며, 아무것도 모르고 글을 쓰기 시작한 인간이긷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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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쓸수록, 또 아무리 글을 써도… 결국 나는 인간일 뿐이라는 ‘고통’이다. 변하지 않는 인간의 고통… 아무리 글을 써도 변하지 않는 세계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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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워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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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볼일을 만들지 않는다. 화를 내지 않는다. 겸손해진다(시간 외에도 많은 것을 절약해준다). 생깐다(경조사들!). 그래요, 당신이 옳아요 라고 말한다. 양보한다. 손해를 본다(정말 많은 것을 절약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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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걸어야겠다. 지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