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이 보이는 제어공학

1. 이 책은?

공대에 가면 무수히 많은 좌절과목이 있다. ‘공업수학’ 이라 무시하다가 기말고사에서 패배하고, 다음학기 연속해서 배운다는 사실에 깜짝놀라서 군대가게 만드는 과목, ‘전자기학’, ‘유체역학 ‘ 딱 들어봐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과목도 있다. 반면에 별로 안 어려울 것 같은데 뒤통수 치는 과목도 있다. ‘회로이론’은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오묘하게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 중에서도 제일은 ‘제어공학’ 혹은 ‘자동화 처리’ 되겠다.

제어공학을 공부하게 되면 ‘뭘 제어하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공부하다 보면 제어공학이 나의 뇌를 ‘제어’하려 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해서 계속해서 망했단 생각이 들게 한다. 왜일까?

제어공학은 수학이 많이 나온다. 엄청 나온다. 사실상 책이 수학으로 도배되어 있다. 이게 웃으면서 넘기기 곤란하다. 최소한 미분방정식 정도는 쉽게 풀어야 책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미분방정식을 아무리 잘해도 책을 읽을 수 없을 떄가 있다. 거짓말이 아니라, 공대생 절반이 미분방정식을 계산기 만큼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책을 읽을 때 버벅 거리는 이유는 단 하나다. ‘단어’가 미치게 생그럽다. ‘외란’, ‘선형, ‘비선형’, ‘중첩의 원리’ 이런 단어가 마구 나온다. 사실 이 단어는 대학교 1,2,3학년에 다른 과목에서 배웠다. 문제는 각기 다른 과목에서 배운 내용이 한 과목에 총 출동해서 나오다 보니 멘붕을 겪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렵다. 과목이 가지는 특수성이니 이건 받아들이자.

«핵심이 보이는 제어공학»은 앞서 설명한 그 멘붕을 가져다 주는 제어공학에 관련된 교재이다.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제어공학 교재는 약 3권 정도가 있다. 쿠오(KUO), 프랭클린(FRANKLIN), 오가타(OGATA); 뭐가 좋은지 본인도 잘 모르겠다. 사실 쿠오와 오가타 책을 보긴 했지만 다 어려웠다. 어렵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 있다. 읽어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쿠오 책은 뒷부분의 연습문제를 풀다가 포기한 경험도 있다.

국내 저자가 집필한 책이라 기대하고 봤지만, 이 책도 마냥 쉽지는 않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3권의 책에 비해서 분명히 진일보한 장점이 있다. 그래서 과감하게 소개한다. 그래, 이 장점을 잘 살리면 좋은 책이 될 것이라 단언한다. 아니 좋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소망이다.!!! (공대생도 사람이므니다.)

2. 장점과 단점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을 알아보자. 먼저 장점부터 알아보자.

제어공학 교재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학생을 위한 배려 되겠다. 모든 제어공학 교재는 수학을 근간으로 집필하게 된다. 목차에 수학에 관한 내용이 없다면, 그 책은 다음과 같은 전제가 붙다. ‘미분방정식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가정하고…’ 일단 이런 가정이 붙으면 난이도는 급상승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대 교재 중에서도 수학에 근간을 둔 교재는 학생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모든 학생이 미방을 너무너무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책에 담을 수 있는 분량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겠지만, 많은 책이 이런 배려가 없다. 이 책의 장점은 이런 배려를 나름대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단하지만 수학적 배경을 나름대로 소개하고 넘어간다. 특히 라플라스 변환에 대한 소개는 매우 잘 되어 있어서, 공수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상기하면서 읽는다면 굉장히 학습 효율이 좋다. 그리고 연습문제에 MATLAB 관련 문제가 포함되어 있어서 수학에 대한 접근성도 높다.

그리고 모든 예제의 풀이과정이 상세하게 풀이되어 있다는 점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어떤 책이라 말하긴 곤란하지만, 가끔 예제 풀이도 매우 ‘쿨’하게 풀어버리는 책들 때문에 고생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닌데, «핵심이 보이는 제어공학»은 예제 풀이가 매우 잘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백미는 ‘단어’ 아닐까? 모든 단어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내려주고 있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특히 제어공학은 다른 학문에서 배워와 갖가지 기술을 응용하는 과목이다 보니까, ‘정의’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근간부터 무너져 내리기 때문에, ‘단어’에 대한 자세하고 세세한 설명은 두말할 나위없이 훌륭하다.

반면에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다양하지 못한 연습문제와 사례가 되겠다. 사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배운 내용을 적용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연습문제가 부족하다. 다른 교재에 비하면 문제가 모자란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한 챕터당 100문제가 넘는 것도 문제겠지만, 좀 더 다양한 문제가 있었으면 좋겠다.

3. 총평

이 책을 리뷰하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문제풀이 과정이다. 예제는 책에 너무 설명이 잘되어 있어서 신경 쓸 부분이 없었지만, 연습문제는 과정이 없기 때문에 직접 풀어야 했다. 기본적으로 공업수학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연습문제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안 풀리는 문제는 MATLAB의 도움을 받으면 좀 더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참고하는 교재는 5~6번의 개정을 거치면서 많은 학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책도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서 국내의 권위있는 제어공학 교재가 되기를 희망한다.

혹시, 제어공학을 처음 시작하는 학생이라면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길 권한다. 특히 쿠오 책을 보는 학생이라면 더욱더 알찬 교재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Written on December 18, 2012